잘 달궈진 참숯 위에 구워지는 한우 스페셜 모듬
💌 공복을 청한 어느 미식의 초대
진천 우석대학교 교수로부터 전갈이 왔다. 진천에서 활동하는 여류화가와 함께 자리를 하자는 권함 끝에 덧붙여진 “아침부터 비워두고 오시게”라는 지령. 그것은 단순한 초대가 아니라, 곧 마주할 재료의 본질에 대한 엄격한 예우이자 미식의 문법이었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하루의 허기를 통째로 저당 잡으라 하는 것일까. 설렘과 공복이 뒤섞인 채 보림한우로 향하는 길, 진천의 공기는 이미 고소한 예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보림한우 건물 외경
가게 앞에 당도하니 건물의 존재감부터가 남다르다. 2층 규모의 단독 건물 위로 ‘보림한우’라 적힌 간판이 노을진 하늘 아래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투박한 듯 독특한 외관은 50년이라는 세월의 켜를 묵직하게 증명하고 있으며, 입구에는 2018년 충청북도가 지정한 ‘밥맛 좋은 집’ 명패가 훈장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고기뿐 아니라 한 끼 식사의 근간인 ‘쌀’마저 허투루 다루지 않는 곳임을 정갈한 명패 하나로 선언하고 있다.
보림한우 메뉴입구의 칠판에는 빼곡하게 적힌 예약자들의 이름이 가득했다. 2층 룸으로 올라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정성스레 차려진 밑반찬들이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마친 채 정물화처럼 놓여 있었다. 이 집은 수저 받침이 곧 메뉴판이다. 번잡스러운 책자 대신 곁에 두고 살피는 메뉴라니, 주인장의 실용적인 감각과 고기에 대한 지극한 자신감이 읽힌다. 우리는 ‘한우암소 스페셜 모듬’을 주문했다. 살치, 안창, 꽃등심... 이름만으로도 선홍빛 설렘이 도는 부위들이 참숯의 붉은 눈동자 위로 오른다.



이곳은 오직 암소와 암돼지만을 고집한다. 수컷의 거친 육질과는 궤를 달리하는, 암소 특유의 섬세한 마블링과 수줍은 듯 부드러운 육향이 불판 위에 펼쳐진다. 화력이 최고조에 달한 참숯은 고기의 겉면을 찰나에 달래어 육즙을 가둔다. 잘 익은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아침부터 굶으라’던 지령의 암호가 비로소 해독되었다.
고기는 부위마다 제각기 다른 결로 씹히지만, 결말은 하나같이 육즙의 범람이다. 그 즙은 비릿하지 않고 되레 달큰하다. 좋은 사료를 먹고 자란 건강한 암소가 주는 천연의 단맛이 혀끝에 감긴다. 뒤이어 서비스로 나온 육사시미와 육회의 서늘한 신선함은 뜨거운 숯불의 기운을 차분히 식혀주며 미식의 리듬을 완성한다.
후식으로 나온 차돌된장찌개고기를 거하게 비워낸 자리에 놓인 차돌된장찌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구수한 갈색빛을 예상했으나, 식탁 위에 오른 것은 생각보다 맵싸하고 벌건 기운을 뿜어내는 뚝배기였다. 된장찌개라기엔 그 빛깔이 서슬 퍼렇고, 맛은 육개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하고 묵직하다. 맵싸한 국물 사이로 차돌박이의 기름진 고소함이 스며들어 혀를 자극한다. ‘밥맛 좋은 집’답게 윤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 한 공기를 그 진한 국물에 툭 말아본다. 이것은 식사라기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술안주이자 고기 뒤의 기름진 입안을 단숨에 갈무리하는 강렬한 마침표다.
한우 등심알고 보니 이곳은 정육점을 겸하는 직영 시스템이다. 근처 외국계 기업 대표가 귀한 손님을 모실 때마다 이곳을 찾고, 아예 집 안 냉장고에도 이곳의 고기를 준비해둔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온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고, 귀한 것은 곁에 두고 싶은 미식의 본능일 터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일상의 끼니로 삼기엔 벅차겠지만, 마음을 다해 대접해야 할 누군가가 떠오를 때 혹은 생의 어느 특별한 마디를 축하하고 싶을 때 이 숯불 앞에 앉으면 좋겠다. 붉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진한 된장찌개의 온기 속에 마음의 허기까지 달큰하게 채워질 테니 말이다.
📍 장소: 충북 진천군 진천읍 중앙동7길 20 (보림한우)
📞 전화: 0507-1485-3332
⏰ 영업시간:
- 월: 11:00 ~ 21:00
- 화~일: 09:00 ~ 21:00
💰 주요 메뉴 및 가격:
- 한우암소 숯불구이: *한우암소 꽃등심(1++ / 150g) 47,000원
- 한우암소 스페셜 모듬(150g) 47,000원
- 명품 살치살/안창살/토시살(150g) 53,000원
- 돼지 특별메뉴: 수제돼지갈비(200g) 17,000원, 생삼겹살(180g) 16,000원
- 식사: 육회비빔밥 13,000원, 갈비탕 15,000원, 차돌된장 10,000
🏢 공간: 2층 단독 건물의 위엄, 1층의 프라이빗한 가림막, 2층의 정갈한 룸(양말 필수).
🥇 이력: 2018년 충청북도 선정 ‘밥맛 좋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