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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의 식(食)기록] 퉁명스러운 만두피에 담긴 할머니의 온기, 생극 나누리식당
  • 권윤희 기자
  • 등록 2026-02-02 05:59:10
  • 수정 2026-02-02 05: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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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등등한 만두피 속에서 만난 투박한 그리움
어느 날, 금왕무극시장 앞 신협 지점장이 주먹만 한 손만두 여남은 개가 든 통을 하나 가져다주었다.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며 건넨 만두는 갓 쪄낸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막 목욕탕을 나온 아낙의 피부마냥 보들보들했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시장 골목을 가로질러 온 지점장님의 투박한 다정함이 손끝을 타고 마음까지 뜨끈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사실 이 집은 할머니 사장님 혼자 만두를 빚어내기에 따로 '찐만두'를 메뉴로 내어 팔지는 못한다. 알고 보니 그날 내가 맛본 만두는 오지랍 넓은 신협 지점장이 생극에서 근무하던 시절 쌓은 돈독한 인연, 그리고 그간 쌓아온 어떤 공덕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귀한 '특혜'였다. 그 특별한 인연의 끝에 내게까지 전달된 만두라 생각하니 맛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만두는 참으로 '기세등등'했다. 요즘 유행하는 속이 비치는 얇은 피 만두와는 결이 달랐다. 두껍다 못해 퉁명스러워 보이는 만두피는 시골 손만두 특유의 위풍당당함마저 느껴졌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홀려 한 입 베어 문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다. 그것은 바로 그 옛날, 시골 할머니가 투박한 손으로 빚어주시던 정겨운 추억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음성에서 만두 좀 빚는다 하는 집들이 몇 곳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음성읍의 ‘고샅만두’다. 금왕의 ‘또와유 만두’도 나름 훌륭하지만, 이 집의 만두는 또 다른 결의 향수를 자극하며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벼르고 별러 직접 식당을 찾았다. 생극 신협 바로 옆에 위치한 ‘나누리식당’은 겉보기엔 아담해 보였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이 100명은 족히 들어설 만큼 널찍해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정오가 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들었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 사장님은 혼자서 쉼 없이 떡국과 칼국수를 끓여내고 계셨다.

우리 다음으로 들어온 손님들은 멀리 음성읍에서부터 오셨다는데 아마도 옛 맛이 그리워 그곳까지 찾아왔던 모냥이다. 이 먼 길(?)을 기꺼이 달려오게 만드는 힘이 바로 이 집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곳의 떡국 맛은 대단히 화려하거나 감동적이지는 않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은 채 시골 할머니가 끓여주신 소박한 맛 그대로다. 만두국에 들어있는 만두는 내가 찐만두로 마주했던 그 '위풍당당함'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떡국떡과 따스한 국물에 몸을 맡긴 채 그 위세와 당당함을 내려놓고 '어우러짐'을 택한 듯 보였다.

그 넉넉한 조화로움과 갓 무쳐낸 겉절이의 아삭함, 그리고 슴슴함이 전해주는 편안한 여운은 미식 그 이상의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 [음성 식기록 Tip]
| 분위기 | 소박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단체 손님도 거뜬히 소화할 만큼 드넓다. 점심시간이면 옛 손맛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로 북적이는 정겨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 맛의 특징 |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며 편안한 맛이 좋다. 사장님의 고집이 담긴 위풍당당한 손만두와 매일 무쳐내는 신선한 밑반찬의 조화가 훌륭하다. (※ 찐만두는 따로 판매하지 않음)


| 이용 팁 | 떡만두국 같은 계절 메뉴는 재료 상황에 따라 조기 소진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매장 정보]
    • 주소: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491-8 (생극 신협 바로 옆)

    • 전화번호: 043-878-4300


    • 주요 메뉴:
      🥘 토종닭 닭도리탕 (시그니처) (60,000)🥓 삼겹살 (16,000원)🍲 김치찌개 / 동태찌개 / 떡만두국 (10,000원)🥘 청국장 / 뽀글뽀글 (9,000원)🍜 된장찌개 / 칼국수 (8,000원)❄️ 콩국수 (여름 한정, 9,000원)


    • 특이사항💳 음성군 지역화폐 결제 가능

🍵 "대단한 미식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청도 시골 할머니의 투박한 손맛이 그립다면, 이 슴슴한 떡국 한 그릇이 당신의 빈 마음을 넉넉히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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