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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음성군서 이주노동자 3명 연쇄 사망… “지자체 ‘방조’ 책임져야”
  • 권윤희 기자
  • 등록 2026-02-04 22: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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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성노동인권센터 성명 발표… "공장 화재 전국 평균 10배, 관리 감독 직무유기"
  • "형식적 안전교육 뿌리 뽑고 중대재해처벌법 엄격 적용해야" 촉구
음성노동인권센터 성명서최근 충북 음성군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 3명이 연이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음성군과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음성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는 4일 성명을 통해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음성군과 정부는 '방조'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지자체의 관리 감독 소홀과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주일 새 3명 사망·실종… "예견된 참사"
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 대소면의 한 콘크리트 제조공장에서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다음 날인 30일에는 맹동면 기저귀 제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네팔과 카자흐스탄 국적 노동자 2명이 실종됐다. 화재 발생 며칠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신 한 구는 수습되지 못한 상태다.

센터는 특히 음성군의 높은 화재 빈도를 지적하며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였음을 강조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성군 공장 화재는 35건으로 전국 대비 2%를 차지한다. 음성군 인구가 전국 대비 0.2%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화재 발생 빈도가 전국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센터는 "인근 충주시(8건), 진천군(7건)과 비교해도 음성군의 수치는 압도적"이라며 "통계가 증명하듯 음성군은 화재에 특히 취약한 구조임에도 관리 감독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종이 위의 행정" 형식적 안전교육 비판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없는 안전교육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센터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형식적인 집체 교육이나 서류상 서명만 남기는 방식은 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종이 위의 행정'일 뿐"이라며 "노동자의 모국어로 명확한 위험 고지가 이루어졌는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서는 "음성군으로 이전하기 전에도 화재 사고를 냈던 전력이 있다"며 "근본적 개선 없이 사업장만 옮겨 운영을 지속하다 또다시 참사를 낸 것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엄중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주노동자 안전 보건 조례 제정하라"
센터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음성군의 관내 제조업 사업장 긴급 전수 점검 및 '이주노동자 안전 보건 조례' 제정 ▲고용노동부의 안전 교육 실태 조사 및 처벌 강화 ▲사법 당국의 중대재해처벌법 무관용 원칙 적용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국경을 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관행이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역 사회에서는 지자체가 기업 유치라는 경제적 성과에만 매몰되어 노동권과 안전망 확보에는 소홀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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