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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읍(邑) 승격은 박수로 끝낼 일이 아니다
  • 권윤희 기자
  • 등록 2026-01-10 19:52:55
  • 수정 2026-01-10 2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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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행정의 성과 뒤에 숨은 비용과 책임을 묻는다

지난달 10일 대소면에서 지역 주민들과 기관.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소면의 읍 승격'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음성군) 음성군이 대소면의 ‘읍(邑) 승격’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구 2만 명 돌파, 주민 찬성률 99%, 충북도에 읍 설치 승인 건의서 제출까지.


수치와 절차만 놓고 보면 행정의 성과로 포장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의 삶의 구조, 비용의 방향,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축하가 아니라 점검이다.


 읍 승격의 장점, 분명히 존재한다

읍이 되면 행정 위상과 조직 규모가 달라진다. 공무원 정원이 늘고, 민원 처리와 행정 서비스 접근성은 개선된다.


도시관리계획 수립과 국·도비 공모사업에서도 ‘면’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소IC·JC를 끼고 있는 교통 여건, 산업단지 조성과 대규모 주거 공급 계획을 고려하면 늘어나는 행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장점들이 과연 주민 개개인의 삶으로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돌아오느냐다. 행정의 성과와 주민의 체감 사이에는 종종 설명되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주민들이 떠안게 될 ‘보이지 않는 부담’

읍 승격은 곧 도시화의 가속을 의미한다. 그리고 도시화는 언제나 비용을 동반한다.

읍으로 바뀐다고 해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즉각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시지가 상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개발 기대감이 붙은 땅값은 결국 세금과 각종 부담금으로 주민에게 되돌아온다.


상·하수도 요금, 주차 관련 비용, 도시 기반시설 유지·확충에 따른 부담 역시 단계적으로 주민 몫이 된다.


특히 고령 농가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읍 승격은 ‘혜택보다 부담이 먼저 오는’ 제도 변화일 수 있다.
“행정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말은, 그 서비스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는 공허하다.


면에서 읍으로 바뀌면, 세제는 어떻게 달라지나

주민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짚을 필요가 있다.
읍으로 승격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농업·농촌 지원 정책은 ‘도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지거나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개발 이익은 신규 택지와 사업지에 집중되는 반면, 기존 원주민은 세 부담 증가만 체감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읍 승격은 혜택의 출발선이 아니라, 정책 설계에 따라 격차가 커질 수도 있는 분기점이다.


 ‘찬성률 99%’, 주민들은 정말 알고 있었나

행정이 내세운 99% 찬성률은 강력한 메시지다. 그러나 이 숫자가 실제 주민 의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대소면 거주 주민들과 인근 지역민,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 과정에서
“설문조사가 있었는지 몰랐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찬성률이 99%라는데, 우리 동네에서 그런 설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 대소면 거주 60대 주민


“읍이 되면 좋은 줄만 알았지, 부담이 뭔지는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 인근 지역 자영업자


숫자가 곧 대표성은 아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의 없이 이뤄진 설문이라면, 그 결과는 주민 합의가 아니라 행정 절차의 요건 충족에 그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설명이다

읍 승격은 이미 상당 부분 궤도에 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추진의 불가역성과 절차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부담을 지는지, 그 부담을 완화할 장치는 준비돼 있는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승격은 성과가 아니라 책임의 유예에 가깝다.

대소읍 승격은 박수로 끝낼 일이 아니다.


99%라는 숫자 뒤에서, 행정은 과연 주민에게 무엇을 설명했고 무엇을 설명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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