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왕읍 무극리,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이 동네의 골목을 걷다 보면 코끝을 툭 건드리는 알싸한 향기에 발걸음이 멈춘다. 무극로 351(금석리)에 위치한 '홍어쟁이'는 이곳에서 10여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한 자리에서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버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내공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간판 뒤로, 시간이 멈춘 듯한 편안함과 강렬한 미각의 유혹이 공존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늘 밤에만 이곳을 찾다 보니, 어둠 속에 잠긴 식당 외관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매번 놓치고 만다. 사실 사진보다 앞서는 것은 허기다. 골목 어귀부터 마중 나온 알싸한 홍어 향에 취해, 헐레벌떡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느라 셔터를 누를 여유조차 잊게 되는 것이다.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할 만큼 급하게 들어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집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인력(引力)일지도 모르겠다.
이곳과의 인연은 음성에 몇 안 되는 진정한 미식가 한 분의 초대로 시작되었다. 그가 추천하는 집이라면 한 치의 의심 없이 믿고 따를 수 있을 만큼 그의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손에 이끌려 처음 이곳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비로소 음성에서 만날 수 있는 '진짜배기' 홍어 맛집을 발견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 집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은 비단 홍어의 질뿐만이 아니다. 이곳을 지키는 여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빼어난 음식 솜씨가 한몫을 톡톡히 한다. 홍어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실패가 없을 만큼 손맛이 야무지다. 그런 주인장의 매력 덕분인지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열에 아홉이 단골이다. '누나, 동생, 언니' 하며 허물없이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무극리의 정겨운 정(情)이 듬뿍 묻어난다. 참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찐 홍어 마니아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 당시, 혀끝을 마비시킬 듯 강렬하게 곰삭은 홍어의 기개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깊은 삭힘의 맛을 이미 알고 있기에, 재방문의 발걸음은 한결 여유롭고도 설레었다. 지난번이 홍어의 본질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강렬함을 따스한 온기로 감싸 안은 '전'의 매력을 탐닉해보기로 했다. 🥢

상차림은 화려하지 않으나 기품이 있다. 거무스름하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갓김치는 홍어의 알싸함을 받쳐줄 든든한 조력자다. 뒤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노란 빛깔의 굴전을 곁들인 홍어전이 상에 오른다. 갓 부쳐내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전을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속으로 외치게 된다. "진짜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전'이라는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다. 차가운 삼합으로 먹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반전을 숨기고 있다. 열기가 가해지며 튀김옷 속에 갇혀 있던 암모니아 가스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마치 폭탄이 터지듯 분출된다. 폭발하듯 쏟아지는 가스는 코와 목을 단숨에 장악하며 거의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게 한다. 눈물이 쏙 빠지고 기침이 터져 나올 만큼 치명적인 이 기운은, 홍어 마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이지만 초심자에게는 엄중한 경고와도 같다.

사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홍어라지만, 빈속의 허기를 듬직하게 채워주기에는 수육만 한 것이 없다. 이곳의 수육은 음성에 내려와 맛본 수많은 고기 중에서도 단연 톱으로 꼽을 만큼 압도적이다. 젓가락 끝에 닿는 촉감부터 예사롭지 않은 수육은 입에 넣는 순간 그 야들야들함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적당한 비계가 살코기 사이로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혀를 감싸는데, 잡내 하나 없이 투명하게 삶아진 그 결이 예술이다.
문득 벽에 붙은 홍어의 효능을 살핀다. 홍어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단다. 기관지 건강은 물론 관절과 위염 억제에도 도움을 준다니, 이 알싸한 즐거움이 곧 몸을 보하는 보약이 되는 셈이다. 잘 삶아진 수육 한 점에 홍어전 한 조각, 그리고 곰삭은 김치를 얹어 나만의 변주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막걸리 한 잔이 절실해진다.
사실 이런 집은 대대적으로 공개하기가 못내 아깝다. 나만 알고 야금야금 찾아가고 싶은, 소중한 보물 상자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식당 한편에 놓인 작은 인형들의 미소처럼, 이곳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알싸한 만족감이 번진다. 음성행복페이로 정겹게 결제를 마치고 나오는 길, 무극리의 좁은 골목 속에서 발견한 이 진한 향기는 아마도 찬 바람이 불 때마다 문득문득 그리워질 '삶의 맛'일 것이다. 미식가의 초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10여 년 세월의 향기가 밴 진짜배기 맛집이다.
상호명: 홍어쟁이
주소: 음성군 금왕읍 무극로 351, 1층 (금석리, 토담골 옆)
특징: 10여 년 이상 운영된 전통 있는 홍어 요리 전문점. 여주인장의 훌륭한 음식 솜씨와 넉넉한 인심이 특징. 흑산도 숙성 홍어를 취급하며 지역 화폐인 음성행복페이 사용 가능.
메뉴 및 가격대:
흑산도 숙성 홍어: (대) 100,000원 / (중) 80,000원
홍어삼합: (대) 60,000원 / (중) 50,000원 / (소) 40,000원
간재미 무침: (대) 40,000원 / (중) 30,000원
홍어전 / 굴전: 각 20,000원
홍어애탕: 15,000원 (2인 이상) / 10,000원 (1인)
수육 추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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